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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한 투쟁에 함께하는 이주민•이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계엄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민주주의에 국경은 없다! 혐오를 거부한다! 평등 세상을 위해 연대한다!
지난 12월 3일 계엄의 밤은 한국 땅에 살아가는 모든 이주민들에게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민주주의 선진 국가라고 알고 있었던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계엄이 선포되고 군인이 국회를 비롯한 헌법기관에 출동해서 시민들과 대치하는 것을 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뉴스가 퍼지자 본국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이 연락와서 안부를 묻고 위험한 상황이니 돌아와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했습니다.
계엄이라는, 민주주의가 정지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인 이주민들이 더 억압되고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컸습니다. 당장 경제가 안좋아지고 일자리와 근로조건이 나빠지고 이는 이주민들에게는 체류자격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구직기간을 넘겨 비자를 잃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계엄과 민주주의 파괴라는 것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이주민을 포함하여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노동과 삶에 크나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민주주의에 국경은 없습니다.
다행히 수많은 시민들의 용기있는 행동과 저항, 국회의 결의로 계엄은 철회되었고 탄핵과 퇴진을 위한 운동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회복력은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가능합니다. 이주민들도 국적이 있든 없든 한국사회, 한국 민주주의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이를 지지하고 동참하고 있습니다. 체류자격이라는 족쇄로 인해 혹여나 불이익이 있을까 조심스러워하지만 민주주의와 평등, 정의와 권리를 말할 자유, 모일 자유, 행동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일부 극우세력은 반중 정서를 선동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이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동참하는 것을 공격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혐오 조장을 반대하고 거부합니다. 광장에 이주민, 이주노동자가 함께하는 것은 당연하며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에 혐오는 설자리가 없어야 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한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 합니다. 특히 아시아 각국은 독재와 계엄, 국가폭력과 인권침해를 겪은 곳이 많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나라도 있습니다. 그 나라들에서 온 이주민들이 민주주의 회복과 평등 실현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광장에 함께하며 퇴진 너머 새로운 평등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주민 차별을 없애고 권리 실현을 위해 계속 행동해 나갈 것입니다.
2025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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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반갑습니다. 이주노조 위원장 우다야 라이입니다. 한국에 저같은 이주민이 270만 명이 있고 그 가운데 130만 명 이상이 이주노동자들입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러나 지난 3일 내란 범죄 비상계엄이 독단적으로 실시되었을 때 이주노동자들도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국가라고 알고 있고 믿고 있었는데 그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로서, 한국 정부가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노동자와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반대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항상 불안한 상태에 살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로서 우리는 늘 취약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법제도들이 인종차별적이고 이주노동자가 무권리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는 해마다 대폭 늘리면서 법제도 개악하고 권리와 처우, 지원을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 20년 넘었는데, 여전히 사업장변경은 제한되어 강제노동 상태에 있습니 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선택, 직장변경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가 이주노동자에게는 정지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에서 보듯 동포노동자 포함해서 이주노동자 산업안전은 심각한 위험 상태에 있습니다.
농어업에서 주로 단기간 일하는 계절노동자들은 인신매매 노동착취, 브로커 횡포에 시달립니다. 2만 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미래를 꿈꿀 자유도 없습니다. 이주민 차별 여성차별 이중 삼중의 굴레 속에 이주여성들은 살고 있습니다. 이주민 모두가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 이주민은 필수적이지만 정부와 사업주는 이주노동자를 인구감소, 노동력부족, 지역소멸에 '도구적으로 활용'하기만 할 뿐, 처우와 지원, 권리 개선은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이에 문제 제기하면 억압하고 비자를 박탈당하고 내쫓깁니다. 권리를 요구할 권리마저 없습니다.
민주주의 평등사회라면 그 사회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동등한 권리 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시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에 비국민, 이주노동자 이주민의 자리와 권리가 동등하게 있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이주노동자의 일터와 삶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곳 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의 자유와 정의, 그리고 기본권이 보장되어야만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억압과 차별에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평등한 사회를 위한 노동자, 시민들의 투쟁에 함께하고 싸워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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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디 (이집트 난민)
이슬람의 사도이신 우리 주 무함마드에게 평화와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우선 저는 저 자신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 이름은 세이디이며 이집트 출신입니다. 저는 법학을 전공해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정치 활동가이자 이집트 자유정의당의 당원입니다.
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우크라이나 문제를 옹호했습니다. 또한 저는 오랜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 문제를 옹호해 왔으며,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현재 휴전에 합의했으며, 내일부로 발포가 중단될 예정입니다.
제가 이집트를 떠난 주된 이유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집트에서 일어난 쿠데타와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하지만 또한 이집트에서 일어난 일과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이집트와 한국의 민주주의와 군대가 국민을 억압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한 가지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이집트에서는 군부가 시시(현 대통령)의 지휘 아래 국민을 상대로 음모를 꾸몄고, 정치와 통치에 개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이집트는 민주주의가 없고, 자유로운 선거도 없으며, 야당도 없는 상태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우리가 직접 목격한 대로 이와는 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계엄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군대가 한국 거리로 나올 것이라는 사실에 공포를 느꼈고, 그날 밤은 매우 혹독한 밤이었습니다. 군대가 국가의 정치적 지도권을 장악하면 그 국가는 무너집니다. 이집트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이집트에서 직접 경험했고, 그 결과는 국민들에게 끔찍한 재앙이었습니다. 그로인해 저는 약 8년 동안 자녀와 아내와 떨어져 지내고 있습니다. 군부통치는 국가를 파괴하고 발전을 저해합니다. 우리는 튀르키예에서 그 예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군대가 다시 부대로 돌아가고, 국가의 외부 경제를 지키는 역할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니, 민주주의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군대가 정치에서 벗어남으로써, 한국의 민주주의는 잘 작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 나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의 사법부와 정당들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국가로 만들어 나가는 데에 더욱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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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웅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운영위원)
"눈에는 눈 식의 보복은 모든 세상의 눈을 멀게 할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경구에 대한 간디의 이해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보복의 악순환은 결국 모두를 파멸로 이끈다는 그의 경고는 깊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복수만을 위한 싸움은 서로가 공멸 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어처구니 없는 허위 정보들을 일일이 반박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된 주장들은 필연적으로 왜곡된 결론으로 이어지며, 이를 해명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논리적 오류에 함께 빠져드는 것일 뿐입니다. 해명은 또한 이러한 가짜 뉴스를 공론화 시키는 데 일조할 따름입니다.
진보의 본질은 계급 연대를 통한 권력 감시와 저항에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진보 진영은 신자유주의의 분할 통치 전략에 말려들어, 스스로 내부 분열과 파편화를 자초하고 있습니다. 진영 논리에는 진영 논리로, 허위 정보에는 허위 정보로 맞서고, 낙인찍기에는 또 다른 낙인찍기로 대응하며, 상대방의 프레임에 갇혀 담론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투쟁해 왔으며, 어떤 가치를 위해 싸워왔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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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 조이(미얀마 노동자)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Ye Yint Zwe입니다. 저는 아직 민주주의를 달성하지 못한 미얀마에서 왔 습니다. 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온전히 존중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제 나라 미얀마에서는 2021년 2월 1일에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계엄령 이 선포된 다음 날, 국내의 시민들과 해외 거주 미얀마 시민들은 평화시위를 벌이며 게염령 폐지를 요구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평화시위로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고, 마을은 불타고, 사람들은 집을 잃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피난민이 되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에 계엄령이 선포되었습니다. 저는 매우 걱정했습니다. 군사 통치였다면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고, 가족은 헤어졌을 것이고, 사람들은 집을 잃었을 것입니다. 한국에 있는 모든 미얀마 사람들은 한국인들과 함께 걱정하고 공포를 느꼈습니다. 한국 시민들은 매우 용감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을 보고 우리는 진심으로 존경했습니다. 군사 쿠데타는 국가를 파괴하는 것과 같습니다.
군사 정권이 권력을 잡고 발전한 나라는 세계에 없습니다.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 집단은 번영했지만, 나라는 폐허가 되었고 국민들은 굶주렸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의 모든 나라가 군사력으로 점령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실현하길 바랍니다. 독재자와 민주주의를 무너트리는 정권을 저는 반대합니다. 미얀마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세계 모든 나라에 평화의 꽃이 피기를 바랍니다.
세계의 권위주의 정권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직 모국인 미얀마로 돌아갈 수 없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게 여러가지로 도와주신 한국의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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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정(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안녕하세요. 저는 대림동에 있는 이주인권단체 이주민센터친구에서 일하는 송은정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더 많은 이주민 당사자들이 참석해서 발언하길 소망했는데 기대했던 만큼 많은 분들이 오시지는 못해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발언하게 됐는데요. 저도 언젠간 이주민이 될 수도 있는 이주민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발언하겠습니다.
거대 양당은 일본을 싫어하는지, 중국을 싫어하는지로 나편과 내편을 가르고 있습니다. 두가지 밖에 없는 이 선택지는 일본과 중국은 당연히 싫어해야만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혐오입니다. 혐오는 상처를 유발합니다. 이런 혐오가 판치게 놔두면 실제 이주민 당사자들은 더 입을 닫고 광장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아닌 것에서 조차 사람스러운 것을 찾곤 합니다. 강아지를 사람 보다 더 사람처럼 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얼굴을 닮았다며 큰 바위를 사람처럼 취급하기도 하고, 구름 속에서 사람 모습을 찾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간 이외의 존재들에게 사람이라는 칭호를 붙인 것은 관계적 존재론에 기반한 것으로 어떤 존재도 홀로 고립된 채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주민을 같은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은 비상계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더 무서웠을 수 있습니다. 군사쿠데타를 경험한 많은 아시아 국가 출신들은 당연히 더 공포를 느꼈을 것입니다. 당장 경제가 나빠지면 일자리가 걱정되고, 일자리가 문제되면 한국에서 머무를 수 있는 자격이 박탈될까봐 더 걱정됐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는 한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제도만이 아닙니다. 파괴된 민주주의는 국경 안에서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주민들이 지금 목소리 를 낼 자격이 없습니까! 저는 동시대 한국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는 이주민들과 함께 비상계엄, 탄핵 정국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이야기 할 때 새로운 다른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넓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2021년 2월에 군사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 출신의 이주민이 한국의 비상계엄에서 무엇을 느꼈고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군사 쿠데타 이후 심각한 인권침해와 사회적 갈등,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노력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022년 대규모 시위로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던 스리랑카 출신 이주민에게 대통령 관저를 시민들이 접수하고 축제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어서 어떻게 정권교체를 이뤄냈는지 함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민과 바로 지난해 정의 회복을 외치는 시민들이 총리를 사임시키는데 성공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이후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시민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더 많은 이주민들과 우리가 바꿔나갈 새로운 세상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 를 하고 싶습니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MZ세대 이주민, 페미니스트 이주민, 성소수자 이주민, 농업 이주노동자, 장애이주민과 노령이주민 등등 지금 당장 곳곳에서 함께 만들어갈 세상에 대해 시끄럽게 떠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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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성 (이행移行: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 대표)
안녕하세요.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의 최희성 행정사입니다. 다른 분들이 이미 말씀해 주셨듯(혹은 이어 말씀해 주실 것처럼), 이번 계 내란 사태는 한국에서 국적을 지닌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너무나 많은 영향을 끼쳤고, 또 지금도 끼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25년 올해, 수많은 이주 관련 법안에 대한 쟁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시 로, 이주민에 대한 구금을 무기한 허용하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국회가 재입법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주민이 한국에서 출산한 아동에 대한 출생등록 의무화에 관한 법안에 국회 상정되어 있으며, 이주아동에 대한 체류자격을 논하는 「출입국관리법」개정안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세 시간 천하에 집어삼켜지고 있습니다. 근 한 달 간 언론의 모든 주목이 계엄 내란 사태에 집중되었고, 다른 문제들은 부차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오늘 당장 이 땅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일이, 오늘 당장 가족과 생이별할 수도 있는 일이, 또 단속을 피하다 목숨을 잃어야 할 수도 있는 너무나 무겁고 중요한 일들이 한 사람의 미몽 앞에 이렇게 쉽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법제화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이, 출입국관리소는 각 사무소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요건에 대한 해석을 제각각 자의적으로 하며 이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는 요건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들을 요구하며 이주민이 정착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한편, 또 다른 곳에서는 지침의 상시 변경을 이유로 특정 체류자격 변경 자체를 심사 거부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혼란하고 부산스럽습니다. 법무부는 작년 말, '신 출입국 이민정책'을 발표하며 보다 나은 선주민과 이주민의 화합, 이주민의 정착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 공표했지만, 이런 혼란기를 겪으며 모든 것이 뒤엉키고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이주민은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 필요에 의해 이주민들을 데려왔고, 데려오면서 한 약속의 정상적으로 이행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이 약속들 이 전부 물거품이 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생활과 일터가 모두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데, 이주민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를 걱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내 삶과 지금 당장 연결되어 있는 것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내 삶이 무너지는 와중 바로 내가 일터에서, 퇴근 후에 만나는 사람들의 삶이 무너지는 와중에 이것을 하루 속히 제대로 바로잡고자 하는 바람은 국적과 언어를 넘어 가장 기본적인 요구일 것입니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은 이주민이라는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에 있음에도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삶을 걱정해 준 모든 이주민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삶이 안정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받은 이 친절을, 한국이 이주민들에게 약속한 것들, 또 당연히 제공했어야 했음에도 너무 늦어버린 것들을 함께 이야기함으로써 갚아나가고자 합니다. 이 땅에서 이웃으로 살고 있는 이들에게 받은 친절과 호의를, 우리 역시 환대와 연대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혜와 특권이 아닌, 당연한 것을 바라는 목소리에, 또 우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준 이들에 대한 감사와 보답에 더 많은 분들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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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8 15:00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한 투쟁에 함께하는 이주민•이주인권단체